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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@서울미술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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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@서울미술관

2019. 11 – 2020. 2

메아리는 음향 신호화 과정 및 음향학 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. 정확히는 소리가 청자에게 직접 전달된 뒤 어떠한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어 청자에게 연속적으로 재전달되는 현상을 뜻한다.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용어인 에코(Echo) 또는 산명(山鳴), 산울림이라고도 하며,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명령은 원하는 문자열을 화면에 출력하는 첫 번째 명령어이기도 하다.

메아리,에코.
설은아 작가의 작업은 메아리를 연상시킨다. 작가는 관람객이 메아리를 발화(発話, utterance)할 좋은 그릇을 주조(鑄造)한다. 관람객은 작가가 세공한 그릇(그것은 웹사이트이기도, 아날로그 전화의 송/수화기이기도 하다)에 메세지를 담아 어딘가로 전송하고, 작가는 그 어딘가에서 다시 반사되는 메세지인 메아리를 관람객의 눈, 혹은 귀로 수용하게 한다.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메세지(혹은 메아리)가 담고 있는 감정이 작은 진폭을 이루며 우리 내부에 파형으로 전달됨을 경험한다.

<echo>
설은아 작가는 국내 웹아트 1세대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. 1999년 ‘설은아’라는 이름을 내걸고 만든 웹사이트 ‘설은아닷컴’은 웹에서의 인터랙션이 다양하게 시도된 실험적인 국내 최초 웹 전시 사이트였다. 그리고 그 이후로 이어진 작가의 작업은 대한민국 웹아트의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인상 깊은 흔적을 남겨왔다. ‘첫 번째’ 시도되어 왔던 작가의 발걸음은 그 자체가 국내 웹아트의 작은 역사이기도 하다.

<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@서울미술관>
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<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@서울미술관>은 설은아 작가의 개인전 프로젝트로, 아날로그 전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람객들이 ‘차마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’를 발화(発話, utterance)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. 특히 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작가의 초기작품인 <와니와 준하>-<4인용 식탁>-<주홍글씨>에서 연작되었던 ‘메아리’의 개념 또한 감상 할 수 있으며, ‘차마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’가 과거의 온라인 공간을 넘어 현재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.

메아리의 뜻에는 ‘메(뫼-산의 옛말)’가 외치는 ‘아리(~아리다할때 쓰는 아픈 상태라는 말), 즉 ‘산의 아픔’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. 우리들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아픔을 설은아 작가가 주조한 그릇에 담아 작가가 인도하는 세상의 끝으로 떠나보내는 건 어떨까. 어쩌면 아픔은 세상의 끝에 놓이고, 작은 평안 만이 우리에게 메아리 될지도 모르겠다.

글_ 서울 미술관_ 류임상 큐레이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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